나의 사랑스런 중고책 사냥터, 북코아에서 7,200원에 구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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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어(詩語)들이 행복하게 흐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타포들의 나열과 그 낯설음, 그리고 행간의 공간에 흐르는 무수한 의미들이 언제부턴가 세상의 속도에 맞춰져 살아가는 나에게는 힘겨운 작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시집(詩集) 한 권을 손에 붙들기 쉽지 않았음에 선물처럼 다가온 이 사랑의 시 모음이 느닷없이 중년의 가슴을 울려댔다. 아~ 사랑의 언어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구나! 새삼스레 망각하고 있던 기억들이 스쳐간다.
50편의 저마다 다른 색깔과 사연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이 감미롭고, 때론 우울하게, 그리고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공감에 전율하게 한다. 사랑은 닿을 수 없는 애틋한 그리움이고 상처이기도 하며, 기쁨과 갈망의 대상이기도 하며, 어느덧 이별을 안고 있는 사랑을 영원성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에서 김광섭, 신경림, 그리고 백석, 황학주, 김선우까지 우리의 현대시 걸작들을 한 권의 시선집(詩選集)‘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에서 모두 발견하고 푹 빠져들 수 있는 기쁨을 준다.
장석남, 김선우 두 시인의 매 시편마다 곁들인 해설이 시어(詩語)의 속사정까지, 그리고 시인들과 관련한 추억담과 시인들의 역사, 관련된 시 구절들이 어울려 그 은은하게 숨은 맛을 돋우어준다.
김남조 시인이 그랬다든가, 시대에 맞는 모럴, 시의 재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에는 영성(靈性)이 깃들어야 비로소 시라 할 수 있지 않는가 하고! 바로 이 영성, 영혼에 대한 울림을 느끼기에 메마르고 미흡한 그것이 시를 음미하는 것을 방해하였던가 보다.
옛 시간의 흔적을 찾는 시인의 마음에서, 그저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 시인, 사랑 아니면 흩어지고 부서져버릴지언정 하고 노래하는 처절한 마음, 사랑은 기교라고 현실의 한 사정을 바라보는 시인, 매번 사랑에 상처를 입지만 또 심장이 뛰는 열정과 관능의 사랑도 있다. 그럼에도 난 ‘그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변하겠습니다.’하는 관념을 버린 성미정 시인의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리고 시인 백석의 사랑하는 그녀와 멀리 도피하려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흰 눈 덮인 사랑이 좋다.
언제 창밖을 내다보며 사랑의 시어들을 음미하는 여유로움과 나만의 시간을 가졌었는지 의아하기까지 해진다. 밀감향기와 속박하지 않는, 그러나 억척같은 사랑, 질투가 활활 타오르는 갈망의 사랑을 그려보기도 한다. 지친 삶을 녹여주고 뒤돌아 볼 수 있게 하여준 그리고 사랑의 감미로움에 젖어보는 즐거움이 내겐 오랜만의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사랑의 선물을 받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시집을 선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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