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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절제의 美, 핀란드를 산책한다
책을 펼쳐들면 마주하는 푸른 어둠이 내린 헬싱키의 겨울 산책길이 몽환적 매력으로 다가온다. 검은 어둠을 비추는 헬싱키시립극장, 핀란디아 홀의 푸르고 차가운 빛이 절제된 아름다움, 세상과 그대로 어우러져 두드러지지 않은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얼음의 투명함이 발하는 시린 푸른빛에서 자연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경외와 겸허함을 읽는다면, 그리고 자연과 닮은, 아니 자연과의 일체화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진 그네들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일 정도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이처럼 자연의 모습이고, 자연을 소재로 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겸손함을 담고 있다. 책을 장식하고 있는 단순함과 투명함 속에 그 절제된 미를 드러내는 사진들이 고독안에서 자신의 열정을 이끄는 저자의 디자인 산책길과 함께 무언의 하모니를 이루어 낸다.
공공건축물, 도시계획, 작은 찻잔, 스탠드를 비롯한 소품에서 패션의류, 그리고 농기구 등 일상의 재료들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낭비, 자연의 남용, 과장된 현란함과 허영이 배제된 자연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교감, 진중함을 품고 있는 핀란드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절제된 침묵’속에 담긴 그 우아한 아름다움이 결코 화려하지 않음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자연의 얼굴, 바로 인간 본연의 삶이 스며있기 때문일까? 고목(枯木)을 활용한 조각, 버려진 의류를 활용하여 멋진 빈티지 의류로 재탄생시키고, 옛 건물, 작은 설치물 하나에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 문화와 철학을 담아내는 그들의 정신에서 그 어느 곳보다 세련된 미(美)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우리네들이 쏟아내는 과잉의 물질과 욕망, 무분별이란 천박함과 대조되어 더욱 절실한 공감이 된다.
자연을 넘지 않는 핀란드인이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저자는 인간 삶의 ‘그러해야 함’의 방편을 찾아낸 것 같다. “물질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우선으로 하는 풍토를 가진 문화”그래서 그네들이 표현하는 디자인의 내면에 더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시 마스터플랜을 재정비하는 데만 30년”, 도시의 변화는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라는 그들의 신중함과,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배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그 이유가 타당하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다음단계로 이행한다는 저자의 설명에서, 그들은 “도시계획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풍부한 문화와 철학을 담아내고”있음을 본다.
“인간적인 도시의 모습, 인간의 삶이 담긴 도시,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놓은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우리네의 경제적 효용 우선이라는 탐욕의 기승과 비교되어 더더욱 부끄럽고 민망함이 밀려들게 한다.
또한 자연과 벗하며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확인하며 살아가는 그네들의 안목과, 비움의 시간으로서 손작업과 노동의 시간을 즐기는 등불하나 없는 원시의 여름휴가 생활이 마냥 부러워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만이 흐르고,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모두 평등하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이 책을 수놓는다.
광화문 도로 한복판에 나무와 녹지를 몰아내고 어색한 사적 놀이터를 만드는 한국인의 경솔함과 천박함이 더더욱 “도시의 혼돈과 혼돈의 질서”를 부추긴다. 결코 겸손과 거리가 먼 이 도시 디자인과 도로 한복판으로 넘쳐흐르는 물과 그곳에서 사적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저자의 당혹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핀란드의 디자인이 내면화하고 있는 자연환경에서 가능한 생각과 실천의 내용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기 보다는 그 기본의 유지에 더 고민하고, 격리와 어울림의 자연스런 조화를 만들어내는, 그리고 작은 빛으로도 빛나는 어둠의 존재, 자연의 존재, 곧 절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게 하는 지혜로운 성찰과 사색의 에세이다
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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