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런 중고책 사냥터, 북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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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http://www.bookstory.net/module/00_book/book_view.bs?bNO=644
과연 자기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한다. 내 얘길 남에게 지껄이길 좋아하고 내 생각을 마구 떠들며 늘어놓길 좋아하는 나조차도 10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음의 상처로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뇌관 같아서 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이 얘길 언급조차 하지 못하며 10년이란 세월을 살았다. 인간은 다행히 망각의 동물이라 자신이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내 자신을 되돌아볼 계기가 생기면서부터 난 잊고 살았던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던 과거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떠올리게 되었다.
그 마음의 상처는 내 정신과 내 육신을 죽이려고 해 이겨내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저승의 문턱에까지 나를 데려갔던 아픔이기에 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은 삶의 이유를 앗아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묻게 했다. 단지 먹고 마시고 숨쉬기 위해서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당시의 난 그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실패는 연달아 나를 더욱 괴롭혔고 나를 도와줄 이는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이런 힘들고 괴로운 내 심정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하소연할 수는 있었지만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놓여 있을 때도 난 혼자 삶을 더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 둘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했다.
누군가 나의 이러한 마음을 눈치 채서 위로의 한마디만이라도 해주었다면 10년 동안 그 고통을 혼자 짊어지며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손이라는 짐과 첫째라는 지위 그리고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난 혼자서 모든 걸 맞서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 마음이 여려 눈물이 많았던 난 소리 없이 흘리는 눈물로 내 마음을 달래야 했다. 다행히 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포기하게끔 만들었지만 난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힘없이 쓰러지지 않았다. 눈물과 한숨만이 가득했던 외딴방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심정을 토로한 자전소설이다. 저자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을 힘겹게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상처로 남아 있던 추억이기에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자신들과 같이 한 시간이 부끄럽냐는 친구의 말과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저자의 심경이 맞물려 저자는 16년 동안 혼자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옛 추억을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 안에는 16살의 공장 노동자인 저자가 있고 17살의 야간 고등학생인 저자가 있고 가족과 친척이 있고 왼손잡이 안향숙과 헤겔을 읽던 미서가 있고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희재언니가 있다. 저자가 평생 침묵으로 일관했다면 영원히 잊혀질 수 있었던 희재언니는 저자의 회상을 통해서 살아났다 저자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고 죽는다.
저자의 지인은 이 소설이 제 살 파먹는 소설이라 말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을 떠올리는 것은 인간에겐 그리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잊고 사는 것이 사람에게 좋을 수도 있는 것인데 저자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들추고 있다.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토로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기에 저자가 이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지 이해가 간다.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꿈에 대한 저자의 신념’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저자는 외사촌과 꿈에 대해 언쟁을 하면서 “잊지 않고 있으면 할 수 있어. 꿈을 잊으면 그걸로 끝이야. 언제나 꿈 가까이로 가려는 마음을 거두지 않으면 할 수 있어.”라고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이런 저자의 생각이 외사촌은 설득하진 못했지만 이 신념 덕분에 저자는 작가의 꿈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저자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자처럼 꿈이 있었지만 현실이 너무 버거워 포기하거나 현실에 순응해 꿈을 잊는 것이 비일비재 했다. 하지만 저자는 환경이 작가로 가기엔 적합하지 않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갔기에 오늘날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한경신 선생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다. 야간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한경신 선생은 외딴방 소설 1부를 읽고 자기 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서 저자를 학교에 초청하고자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저자는 외면했다. 그 이유인즉슨 저자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공장을 다니며 공부했던 그 시절을 부끄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한경신 선생은 무척 놀랐다고 한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직장을 잡은 사람이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은 아마 한경신 선생처럼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21C 신림동 고시촌에도 이런 열등감은 엄연히 존재한다. 고시를 대비한 스터디 그룹을 짤 때도 비 서울대생들은 차별적 시선을 받고 있으며 그들은 열등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저자가 왜 공장을 다니며 야간 학생이었던 그 시절을 추억하기 싫어하는지 이해가 된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희재언니 방 열쇠를 채웠던 기억’을 말한 부분이다. 저자는 이것 때문에 16년이란 세월을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마치 희재언니의 죽음을 자신이 도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저자는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괴로워하며 살았던 것이다. 희재언니 방을 열쇠를 채우기 전에 한 번만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은 저자가 왜 지금까지도 그토록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희재언니는 얼마든지 방문을 안 잠그고 죽을 수도 있었고 다른 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재언니는 가장 가까웠던 저자에게 키를 맡기며 잠가달라고 부탁하고 잠긴 자신의 방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점이 저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희재언니가 죽고 나서야 희재언니가 보낸 사인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조차도 말려주고 잡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위로해주고 잡아준다면 자살까진 하지 않는다 이 말이다. 아무리 독한 사람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희재언니가 자신에게 사인을 보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그것이 적지 않은 세월동안 저자에게 영향을 미쳐 인간관계 맺는 것을 어렵게 했고 혼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했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상처이기 때문에 여기에 너무 얽매여 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힘들겠지만 숨기기보단 저자처럼 드러내어 치유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라 난 생각한다. 과거에 있었던 마음의 상처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다르게 태어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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