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런 중고책 사냥터, 북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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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책이다. 처음 반디엔루니스에서 발견하고 바로 몰입, 한참을 보다가 사려고 남겨두었던 책. 그 기대를 하나도 배신하지 않고 오롯이 채워주고 있다. 만화 치고는 상당히 글이 많고 딱딱하다면 딱딱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자꾸만 페이지가 줄어들어 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
이번 책은 1권으로 락의 탄생부터 하드락까지, 주로 50~60년대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 흑인음악인 블루스의 기반에서 락이 탄생했는데, 버디홀리, 엘비스 등 유명한 뮤지션과 그들의 일화를 통해 그 탄생의 순간을 생생히, 또 유머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락을 즐기면서도, 미칠 듯 좋아하면서도, 그 안에 끈적끈적한 블루지 감성을 사랑하면서도 일정 시대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분명 락의 뿌리에 블루스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잡히지 않는달까. 사라진 고리. 한참 메탈에 빠져있다 Gary moor의 뜨거운 블루스에 반하여 블루스의 마력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가 들어야 할 뮤지션이 누구인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물론 블루스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락의 또 다른 뿌리인 컨츄리 사운드와 이를 잇는 포크, 포크락에 대해서도 비중을 할애해 다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역시 블루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는 내용의 편향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락의 본류가 블루스에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블루스라는 장르가 어떻게 대중화되는지, 락이라는 장르로 발전하는지 당시의 시대상황과 대중의 요구에 대해서 적절히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50년대의 비트풍조가 로커빌리와 락앤롤을 낳았다면, 60년대의 베트남전쟁과 메카시즘의 광풍, 그리고 이에 대한 반항과 반전 평화운동이 어떻게 히피 문화와 결합하며 싸이키텔릭의 전성기를 가져왔는지, 싸이키텔릭은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어떤 한계를 갖고 있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이러한 면에서 오히려 이 책은 당대를 살펴보는 역사서나 일반적인 교양서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폭 넓게 커버한다. 이것이 이 책을 단순한 만화책으로 치부할 수 없게 하는 이유이며, 이는 락이라는 장르가 한 시대의 유행이나 자본, 상업논리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의식의 흐름과 시대에 대한 비판이라는 맥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책은 락의 뿌리와 장르의 전개에 대해 충실히, 세밀히 관찰하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빠져버리기 쉬운 지루함과 딱딱함은 요령있게 비껴간다. 물론 내가 락에 빠져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비틀즈, 롤링스톤즈, 레드제플린, 밥딜런 같은 이들의 일화와 비화를 듣는데 어떻게 지루할 수가 있을까. (물론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면, 관심도 없고 락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않다면 이 책이 재미 없어도 할 수 없음)
특히나 에릭 클랩턴이 그의 절친,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의 부인 패티보이드를 짝사랑하고 결국에는 결혼까지 이르는 일화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본디 락이라는 장르가 아웃사이더이자 반항아, 삐딱이들의 음악인지라 락을 대변하는 뮤지션들이 자유분방하고 불량스러운 경향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여태까지 그런 영웅들의 부정적인 모습들 까지도 우상화되었다면, 여기서는 그 영웅들이 인간적인 모습들과 치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오히려 인간미를 느끼게 만든달까...... 사족이지만 조지해리슨은 정말 호남, 쾌남, 훈남이며 바보 멍청이다.
이렇게 해서 책은 60년대까지 락의 역사를 서술하고 마친다. 프로그레시브, 아트락 부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솔직히 그쪽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다만 좀 더 락을 폭 넓게 이해하기 위해선 그쪽 장르도 들어봐야겠다는 정도. 저자의 생생한 표현과 묘사를 보면 도저히 그 음악을 들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하드락은 비중이 크게 잡히지 않았다. 지미 핸드릭스와 레드제플린 정도가 나왔고(사실 하드락의 절반이 나왔다고도 할 수 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하드락-헤비메탈을 하는 밴드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뭐 이것은 50~60년대라는 시대에 한정된 것이니 딱히 불평할 거리는 아니다. 책 말미에 딥퍼플과 블랙사바스가 소개되는데 그것을 보니 2권이 보고싶어 안달이 난다는 것 뿐.
만약 당신이 락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보라.
좋아하지 않더라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
굳이 락에 관심이 없더라도 매일 똑같은 멜로디와 싸구려 가사, 똑같은 외모와 화려한 겉치장만 하고 나오는 싸구려 딴따라들에게 지쳐있다면 한번 보라.
락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그런 딴따라들도 들어줄만 하더라도 대중음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싶다면 한번 보라.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냥 보라.
난 2권, 무슨 일이 있어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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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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