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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화 도구의 권력화와 횡단문화적 고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 매개 창들이 보여주는 것은 과연 진실인가? 그 시각화 되어 보여지는 것들 - 그림, 사진, 영화 , 텔레비전, 인터넷 등 - 과 대중의 인식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여 왔나? 바로 이러한 이미지들, 영상문화란 무엇이고 그 이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이 저술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오늘날 영상문화가 서양에 관한 서양의 담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시간은 항상 보는 것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였으며, 인종화되고 계급화 된 이 유산을 피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편으론 탈문화로서 상호 간섭하고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횡단문화(Trans Culture)'에 대한 추적이라 할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 자체는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표상체임이 분명하다.”라고 시작되는 시각성에 대한 고찰은‘원근법’이론을 통한‘유사(類似)’의 개념적 설명과 르네상스 시대의 절대군주와 이상적 관찰자의 등가로서 해석된다. 이러한 사례로서 당시대의 회화가 이미 권력의 반영으로 왜곡된 표상이며, 공간구성의 표준화를 위한 한정된 이미지의 전달 일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미 시각성에 대한 많은 저술들에서 자주 인용되는‘제레미 벤담’의‘파놉티콘(Panopticon;원형감옥)'을 통해 시각성이 훈육체계의 수단으로 작동되었음과, 나아가 원근법을 보완한 색채(Color)의 등장은 그림의 사실성에 대한 절대적 공감을 일으켰고, 이는 19세기 서구유럽의 식민지 정책과 제국주의적 성질과 부합하여 “인종, 젠더, 식민주의 정치학 사이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수반”하였음을 설명한다. 즉, 대리석의 하얀 아름다움이 제국주의적 성질의 논의에 참여하여 인간 인종 그 자체에 응용되는 것 과 같이 모든 유색인종을 지배하는 백인의 이상적 지배를 제공하는 색채로서 인종차별주의적 이슈가 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 사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대두가 그림에 비해 외적 실재의 완벽한 반영 혹은 유사를 주장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서구 백인종의 환호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리고 사진이 지니는 시각성에 대한 성찰로서 현재의 근접한 시간의 순간 포착성, 엿보는 자의 역할에서 목격자로의 역할 변화가 가져온 본질적 의미, 기억의 기제로서의 인식이나 죽음에 대한 방어, 기억상실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의미해석 등을 담고 있다. 그리곤 1980년대 컴퓨터 이미지 안에서 사진이 나름 죽음의 시간을 맞았음을 본다. 이제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현실과 가상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고 있으며, “동시대의 문화적 실천이 행해지는 글로벌(全地球的)과 로컬(地域的)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의 영역은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1부, 시각성’에서는 그림에서 사진,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에 이르는 시각성의 개별적 의미의 자취와 그 문화적 해석을 탐색하고 규명한다.
그리고 이 저술의 또 하나의 핵심주제인 시각의 횡단문화(橫斷文化)적 고찰이 흥미로운 설명으로 구성된다.
아프리카‘콩고’를 통한 문화의 시각적 투영이라는 낯선 예이긴 하지만, 시각의 식민주의적, 제국주의적 이용과 같은 시각의 권력화에 대한 선명한 이해를 지원한다. 서구 백인의 탐욕과 인종주의적 우월성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서 그림과 사진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콰드론(백인과 흑인 피가 4:1로 희석된)’과 ‘옥토룬’을 사진의 앞 열에 내세워 백인의 우월성과 유색, 흑색의 열등성을 구분 짓거나, 아프리카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태어난 아이들을 일종의 물건이나 비생산적인 것으로 치부함으로서, 서구와 백색을 경외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창출하기도 함을 목격케 한다.
이처럼 식민지 지배자의 눈,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묘사된 그림과 사진이 오늘날 우리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 인식을 고착화시켰는지 생각하면 그 시각의 권력화가 가지는 왜곡의 힘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시대정신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지도 않고 반동적이지도 않으며, 단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당시 콩고의 ‘민키시’조각상이 원주민들의 식민주의들에 대한 저항물이지만 이미 서구유럽인의 모습이 내재한 문화 횡단성의 증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 횡단문화론은 ‘다이애나’영국 황태자비의 죽음이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는 지역, 국가들을 포함한 전 지구촌에 영상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공감되는 현상에서 영상문화의 새로운 표현형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밖에도 영화와 텔레비전에 스며든 서구 백인의 가치와 정치적 우월함을 재생산하기 위한 활용이나, 인종적 차별의 고착화나, 여성성, 동양성에 대한 비하, 식민주의적 정치색 등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스타트렉> 등의 내러티브를 통한 구체적 예시와 설명은 시각이 어떻게 시각을 도구화 하는지, 어떤 정치학적 수사가 개입하는지 이해케 한다.
시각성, 그리고 시각화 도구에 대한 권력화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문화로서 대중에의 침투가 낳은 현상의 성찰을 통해 시각(영상)문화의 본질과 현실,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상문화 입문서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저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시각성에 대한 중요한 저술로서의 가치를 상실시킬 정도로 조악한 번역은 저술의 본질을 상당히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일례로서 “섹슈얼리티는 외투를 벗기는 하나의 느슨한 맺음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도저히 우리말이 아닌듯하다. 수식어인 ‘외투를 벗기는’을 제외하고 읽어보자, 주어인 ‘섹슈얼리티’는 ‘하나의 느슨한 맺음’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러한 엉터리 번역이 이 저술의 상당부를 이루고 있어 제대로 된 번역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 할 것이라는 제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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