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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부'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밀레니엄 2부'도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2부의 제목은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다. 1부의 주인공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계속 나온다면 2부 제목이 말하는 인물은 '리스베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것은 소설을 읽기 전 추측일 뿐이다. 그녀의 외모는 소녀처럼 보이지만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소녀'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분명해 보이는 건 2부 제목에서 가리키는 인물이 리스베트든 아니든 과격하고 흥미로울 거라는 것이다. 휘발유통, 성냥 등은 과격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단어이고, 1부에서 본 리스베트는 그런 과격함과 충분히 연결이 된다.
사건 자체는 별개지만 2부는 1부와 연결된다. 1부에서 다뤘던 사건들은 해결되었고, 1부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를 포함하여 밀레니엄 직원들까지. 2부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내 시선을 잡을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1부의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어지간한 내용이 아니라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어보였다. 리스베트는 1부에서 하리에트 사건과 베네르스트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부 마지막에는 베네르스트룀과 관련된 검은 돈을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에 옮기는 데도 성공한다. 리스베트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고 더 이상 생계때문에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편 리스베트는 미카엘에 대한 감정이 혼란스러웠던 중에 미카엘을 찾아가지만 마침 에리카와 함께 있는 그를 본 후, 그에 대한 감정을 말끔히 정리한다. 더 이상 그를 만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리스베트는 우연히 읽게 된 잡지를 통해 구면천문학이라는 주제에 매혹된다. 그러나 그 주제에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수학의 차원> 이라는 책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녀는 앤틸리스 군도로 여행을 떠났고 여유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자신을 매혹시킨 주제를 재미삼아 파고들기로 한다. 리스베트가 묵었던 호텔, 옆방에는 그녀의 관심을 끌만한 포브스 박사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수시로 싸웠고, 포브스 박사의 수상한 행동이 리스베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기도 한다. 페르마 정리에 빠져 있었지만 그들 부부 또한 그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리스베트는 갑자기 생긴 많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고 납작한 가슴도 보기좋게 만들었다. 그 가슴은 섬에서 우연히 알게 된 어린 소년 조지 블랜드를 유혹하는데 쓰기도 한다. 나중에는 충분히 넓은 집과 자신을 꽁꽁 숨기는데도 서슴없이 돈을 사용한다.
'마틸다'라는 고약한 폭풍우가 리스베트가 여유를 즐기는 그레나다 섬을 쳐들어왔다. 호텔 지하에는 고약한 폭풍우에도 안전한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리스베트는 문득 판자집에 있는 조지가 걱정되었고 그를 찾아 호텔을 나선다. 그녀는 위태위태한 판자집에서 그를 데려온다. 그런데 그 와중에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한다. 거리가 있고 비바람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 순 없지만 포브스 박사가 아내를 위협 혹은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위급한 상황임을 알아 챈, 리스베트는 즉시 행동에 들어간다. 옆에 있던 의자로 포브스 박사를 내리친 것이다. 그는 쓰러졌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포브스 박사는 바다 속으로 휩쓸려갔고, 그의 아내는 무사히 호텔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다쳤지만 사망자는 단 한명 '포브스 박사' 뿐이었다. 페르마 정리, 포브스 박사의 죽음 등 2부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을 듯한 분위기가 잡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밀레니엄 2부 (상)'이 끝날 때까지 페르마 정리, 포브스 박사의 죽음은 다시 언급되지 않는다.
한편 미카엘은 갑자기 사라진 리스베트를 찾지만 늘 헛탕이다. 그와 밀레니엄은 점점 안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레니엄'에 다그 스벤손이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그는 동료이자 애인인 범죄학자 미아 베리만과 함께 불법 성매매를 추적 중이었고, 그 내용을 밀레니엄을 통해 책으로 내고 싶다고 한다. 다그 스벤손의 제의는 받아들여졌고, 미카엘은 그의 원고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살라'라는 인물의 존재와 몇몇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작업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런데 어느 날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이 살해된다. 마침 원고를 받기 위해 다그 스벤손 집에 들른 미카엘이 그들을 발견한다. 그보다 흥미로운 장면은 리스베트가 이전에 다그 스벤손을 찾아온 것이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어 미카엘을 보여주어,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모른다. 분명한 건 소설에서 보여주는 장면만으로는 리스베트가 강력한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살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총에 리스베트의 지문이 묻어 있었고, 그녀의 후견인 닐스 바우르만도 곧 시체로 발견된다.
여러가지 정황이 리스베트를 살해용의자로 몰아간다. '밀레니엄 2부 (상)'에서는 그 뒤 상황이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리스베트가 살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스베트가 범인이라면 오히려 그녀가 용의선상에 올라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해사건 이후 너무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단 한명의 살해용의자가 리스베트이고 그녀가 정말 범인이라면 너무나 밋밋한 소설이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2부에서는 미카엘보다는 더 큰 비중의 주인공인데 그녀를 살인범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번 더 꼬아, 오히려 그렇기에 그녀가 정말 범인이라면 한 단계 더 나아간 반전이 될 수도 있다. 식상함으로 식상함을 보기좋게 깨는 것이다. 그녀가 범인이든 아니든 '밀레니엄 2부 (상)'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소설이 급격히 재미있어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2부 초반부에 흥미로운 여러 정황들을 열거하지만, 그 이후에는 초첨을 잃은 듯이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각각의 이야기또한 초점을 벗어난 채 주변부에서 어슬렁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밀레니엄 2부 (상)' 중간 쯤부터는 소설이 조금씩 밋밋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의 살해 사건으로 단숨에 떨어진 흥미를 끌어올려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 존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살라, 금발거인, 막예 룬딘 등이 등장할 때에는 소설이 질질 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큰 사건이 터졌고, 앞서 보여줬던 밋밋한 여러 정황과 그레나다 섬 사건, 페르마 정리 등이 '밀레니엄 2부 (하)'권에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추측케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리스베트가 너무 완벽하다는 것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기로는 문제투성이에다 무능력자다. 그러나 독자는 리스베트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슈퍼우먼 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리스베트가 없다면 이런 흥미로운 소설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소설인데 그녀가 하늘을 날아다닌들 어떠랴. 그녀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 흐름 속에서 그 능력을 드러내고, 굉장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럴듯한 과장이기에 그녀의 캐릭터는 결론적으로 꼭 필요해 보인다. 그건 그렇고 범인은 과연 누굴까. 리스베트가 다그 스벤손을 방문한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빨리 '밀레니엄 2부 (하)'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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