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30일 목요일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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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날개만 보고도 대략의 집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약력과 자기소개에서 그의 담대한 포부와 집필 방향이 그대로 드러나니 말이다.
책은 맑스의 『자본론』에 대한 개설서 내지 단축요약본, 해설서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동안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입에 담으면서도 정작 이 사상들이 담긴 원전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는데.....

아, 또 실수를 범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자본론』에는 '공산주의'의 '공'자나 사회주의의 '사'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이 책에서 분석하는 것은 '자본주의'일 다름이라고 얼마나 강조했던가.
그런데도 『자본론』='공산주의 or 사회주의'를 연상하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렇다. 아직 원전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자의 설명을 믿을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따르면 『자본론』은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이다.
그런데 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맑스의 「공산당 선언」이라면 모를까,
이름부터 '자본'이 들어간 『자본론』를 보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떠올리는 걸까.
이는 『자본론』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폐해를 설득력있게 분석하고 비판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맑스와 앵겔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밝히듯,
스스로 구조적 모순을 지닌 채 파멸적인 방향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가 착취당하는 프롤레타리아트를 각성시킴으로써 자본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세상을 불러온다는 것이겠지.

책은 『자본론』의 핵심적인 분석을 빌려와 독자에게 위와 같은 효과를 거두려 한다.
그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이윤'이다.
『자본론』에서는 이윤이 노동자의 빼앗긴 노동시간을 통해 창출되어 자본에게 들어간다고 본다.
이를 간략하게 식으로 나타내면 M-C(LP, MP)-P-C`-M`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처음의 M은 초기의 자본금으로 이것을 통해 C(LP, MP),
즉 생산수단(MP)와 노동력(LP)를 구입함을 의미한다.
이어 P-생산과정을 거쳐 C'-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시장에 팔아 M`-투자금과 이윤을 회수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 도식은 자본과 상품의 매매에서 정확히 동일한 가치가 교환된다고 가정한다.
100만원의 자본금이 있다면 정확히 100만원어치의 생산수단을 구입할 수 있고,
150만원어치의 상품을 생산하면 이는 시장에서 정확히 150만원에 거래될 뿐이라는 것이다.
오직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의 구입비용(LP)만이 실제보다 낮은 가치에 거래되고,
그렇게 고용된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여
100만원어치의 자본을 150만원어치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즉, 자본가는 헐값에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입함으로써 생산과정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자본의 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착취당하는 것이다.

위의 도식에 근거하여 볼 때, 자본의 이윤획득은 오직 노동자의 착취에 전적으로 근거할 뿐이고
(왜냐하면 자본의 구입과 물건의 판매 과정에서는 등가교환원칙이 적용되므로 이윤을 얻을 여지가 없으니까)
따라서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빼앗아오는 착취, 죄악일 뿐이다.

물론 자본론에는 더욱 다양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
자본론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지식과 지혜가 일천한 나로서는 함부로 말하기 그렇지만
자본의 축적이 곧 죄악이라는 식의 논리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현실에서 자본 및 상품의 유통이 완벽한 등가교환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현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식' 상에서의 전제이므로 트집잡을 수 없다.
그리고 난 자본론의 유통 및 상업자본 부분은 읽어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자본이 사회의 전체적 부를 증대시킨다는 측면은 고려되어야 하겠다.
비록 노동자가 노동시간 만큼의 댓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착취당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노동자를 착취한 자본이 다시 이전시대에 비해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와 사회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측면도 있다.
이를 우리는 70~80년대에 경험하지 않았던가. 물론 우리의 부모님세대가 착취당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 착취가 가져온 결과에 따라 자본주의는 상대적으로 '죄악'이 아닐 수도 있다.
100을 일해서 80을 가져갈 수 있는 사회와 100을 일하고 싶어도 50밖에 일할 수 없는 사회 중에서
더 정의로운 사회는 어느 쪽일까...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이 『자본론』과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가 꿈꾸는 유토피아에서는 100 만큼 일하고 100을 가져가고,
80만큼 일하고 싶으면 그만큼만 일하고 80만큼 가져갈 수 있는 사회니까...

그다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분명 우리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어쩄거나 위와 같은 도식이 독자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모순과 숨겨진 착취구조에 눈뜨게하고
다른 세상을 모색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너무나 일반화하고 단순화하여 현실에 그대로는 절대 적용할 수 없는 도식이지만,
자본주의의 작동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는 탁월한 분석이라는 사실임은 분명하다.

저자는 좀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 최종단계인 제국주의를 분석하고, 미국의 자본주의를 이에 견주어 비판한다.
그리고 우고 챠베스와 베네수엘라의 21세기형 사회주의혁명(개혁)을 설명하며 찬사를 보낸다.
단지 『자본론』의 해설에만 안주하지 않고 우리시대 세계의 현실을 맑시즘의 프리즘에 비추어 보여주는데,
맑시스트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을 읽고나니 맑스의 『자본론』 원전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서 드러난 저자의 문제의식과 열정적인 태도에는 경의를 표하나,
저자의 주관이 너무나 강하게 반영되어 원전의 맛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저자의 해설과 예시, 설명과 비유는 매우 이해하기 쉬웠다.
덕분에 『자본론』을 읽기 위한 스트레칭 정도는 된 것 같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맑시즘에 관심이 있는사람 뿐 아니라 우리 세상의 경제문제, 사회문제, 정치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세상을 넓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겠다.
물론 『자본론』이 부담스러운 사람, 그리고 이 책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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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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