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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의 추천머릿글로 유명한 장 그르니에의 '섬'이다. 까뮈의 머릿글은 책의 서평으로 최고가 아닐까 싶다. 누구든지 그 책을 읽고싶게 하고 그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도록 강제한다. 까뮈는 스무살 때 이 책을 처음 읽고 이십년간 함께 했다고 한다. 예전 누군가가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을 독자에게 선물했었는데 얼마되지 않아 창원행 고속버스에서 두고 내려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유롭게 거닐던 남해의 햇빛 찬란한 바닷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 그르니에다.
인생은 고독하고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찬란하게 자신의 현존과 맞닥뜨리는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그 점과 같은 순간들, 거칠고 망망한 대해를 항해하다 우연히 만나게되는 아름다운 섬들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것이리라. 어릴적 햇빛 가득한 하늘의 허공이 '무'로 채워졌던 경험을 장 그르니에는 이야기한다. 잠든 듯 깨어있는 상태, 몽롱함과는 다른 어떤 각성의 상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릴 적 서울의 허름한 단독주택에 살 때의 이야기다. 기르던 강아지 '멍캐'가 새끼를 낳았다. 다섯마리정도 였는데 온통 정원과 집안을 돌아다니며 한참 귀여움을 떨고 있었다. 강아지들과 한참을 놀았나보다. 어느덧 강아지들은 강한 오후 햇살에 지쳤는지 적당한 나무그늘을 찾아 잠들고 심심해진 나는 현관 바로 앞의 나무마루에 걸터앉아 있다가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현관 앞에까지 비춰들고 있었다. 나는 흘러가는 구름의 다채로운 변화에 한참 몰두해 있다가 어느덧 잠들어버렸다. 어릴 적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그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회상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때 '무'를 경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에세이는 섬을 찾아 떠나라는 주제가 아니다. 행복이 이루어지기 직전의 그 황홀한 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섬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자유를 찾아 떠나라고 말한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했을 때 인간이 된다는 잘 잡히지 않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햇빛이 찬란하고 꽃향기 가득해지는 봄이 올때 읽기 좋은 '아름다운 글'들이 모든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책이다. 옮긴이의 말대로 큰 소리로 자기주장을 하거나 관심을 끌어들이려 재치있게 이야기하거나 어렵게 논리를 펴지 않는 아름다운 글. 장 그르니에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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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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