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런 중고책 사냥터, 북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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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루키다!'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 하루키의 섬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묘사는 마치 내가 두개의 달이 뜬 세상에서 흐릿하고도 어설픈 두번째 달을 살펴보는 양, 도요타 크라운 오토살롱의 뒷좌석에 앉아 신포니에타의 첫 악장을 듣는 양 소설 속 세계로 나를 흡입해버렸고 다소 황당하면서도 그 어떤 현실보다 생생하게 현실적인 소설의 진행은 단 한 순간도 책에서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루키 덕에 익숙해진,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후카에리의 모습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신중히 말을 고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소설의 묘미랄까.
여러번 고백하지만 나는 소설을 잘 읽지 못한다. 덕분에 오히려 소설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신경쓰는 대신 오히려 소설 자체를 오락으로써 즐긴다는 장점은 있다. 역시 그래도 소설에 담긴 그 무언가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특히 다른 누군가는 그 무언가를 알아차려 가슴에 담아둘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은 종종 나를 자괴감, 혹은 피할 수 없는 열등감으로 덮어버리기도 한다. 다행히 근래에 위와 같은 생각이, 나로 하여금 소설을 더욱 읽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어렴풋이 깨달은 덕에,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소설을 읽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은 이러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있는 그대로 읽어도 재미있는 그의 소설에, 눈을 감으려 해도 눈에 들어오는 상징성 강한 언어와 은유들. 마치 고등학교 때 지겹도록 했던 시어의 의미찾기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다른 점은 그땐 대학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 읽으려 해도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생각하게 한다는 것. 공통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모르겠다는 것.
그럼에도 1Q84는 재미있다. 재미있고 어렵지 않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굳이 100% 이해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어도 나름, 그 나름의 의미를 던져준다는 점은 하루키 소설의 큰 매력이다. 뭐 물론 하루키 소설만의 특징은 아니겠지만.
소개를 하자면 스크롤을 스무번 쯤 더 내려도 부족하겠지만 필력도 모자르고 이해도 부족한 내가 말을 이어봤자 그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읽기에도 1Q84는 훌륭하다. 문학적 양식이 천박한 내가 읽기에도 재미있다. 하루키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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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북스토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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