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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높은 현란한 여성 심리극
온다리쿠만의 내밀한 분위기가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포장되어 작품 깊숙이 배어있다. 등장하는 5명의 여성 모두 비밀스럽고 지성으로 무장된 여성들로서, 이들은 모두 온다리쿠를 빼 닮은 다른 분신들이라는 느낌이 억척스레 달려든다.
현실세계와 단절된 듯한 ‘녹갈색’의 저택, 천재작가 ‘시게마츠 도키코’의 죽음이라는 과거의 사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2월 목요일이면 모이는 5명의 여자, 그리고 미지의 누군가가 보낸 꽃다발은 무언가 엄청난 공포가 엄습해 올 것 같은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또한 작품을 구분하는 소단원의 제목인 ‘목요일 정오 후’, ‘목요일 정오 전’과 같이 시간의 역 전개가 주는 주의력의 경고는 작품에 대한 몰입과 긴장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다양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작품 내용 중 언급되는 후계자의 ‘대필’이 상기될 정도로 느슨하고, 은밀하지 못하여 긴장을 분산시켜버린 느낌을 갖는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의 표현보다는 그들의 언어로서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방출됨으로서 드러난 진실로 작품의 전개를 예상하는 똑똑한 독자들은 다소 기운이 빠진 반전에 외려 당혹스러움 느끼게 된다.
4년 전에 죽은 대(大)작가 도키코의 죽음에 깃든 진실을 더듬어가는 5명의 여자들, 망자와 혈연과 인연으로 연결된 5명의 이들 여성작가들의 실로 복잡 미묘한 감정의 세계를 쫓아가는 재미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증폭된다. 살인인가, 자살인가? 의외의 단서들이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폭로, 누구도 사건의 중심에서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독자의 호흡과 감성을 잘 아는 작가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지를 피할 수 없어진다.
자살로 알았던 사건이 돌연 살인이라는 죽음의 성격이 전혀 다른 의미로의 제기는 이 현실과 단절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글쟁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각을 집중케 한다. 작가적 역량에 대한 번뇌라는 공통의 현실을 지닌 이들, 망자의 권위에 대한 외경심과 콤플렉스로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들의 입을 통해, 고인이 이들에 지녔던 불안과 두려움의 진실이 드러나게 함으로서, 오히려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구도는 실로 우리 인간들 정신세계의 아이러니를 보게 한다.
자살과 살인이란 죽음의 의지와 삶의 의지라는 극히 상반되는 의미가 어떻게 같을 수 도 있으며, 다르기도 한 것인지, 그리고 자기중심적 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기적 자기애를 적나라하게 해체하고 있다. 결국 그녀들의 추리와 결론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케케묵은 죄의식 따위는 거론조차 되지 않으며, 자아의 극복과 자기의욕 활성화의 출발점이라는 해결된 과제의 후련함만이 따른다. 녹갈색 저택 ‘우구이스’를 나오면서 보이는 저마다의 작품 집필에 대한 구상이란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도덕적 갈등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굳이 엄숙하게 접근할 이유는 없다. 목요일을 시작으로 3일간 펼쳐지는 현란한 심리전과 기막히게 맞추어지는 기억의 퍼즐을 따라가는 추리극이란 스토리만으로도 이 작품은 탄탄하다. 다만, 이전의 온다리쿠의 작품과는 복선과 반전의 색깔이 다르다는 느낌이 따라다닌다. 또한, 작가 자신의 글 쓰는 작업에 대한 고통과 한계, 그리고 극복의 과정, ‘창녀론’까지 거론되는, 사(私)소설의 비유가 작가의 고립과 고독으로 연결되는 듯 하여 처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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