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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巨富)들의 모든 것이 있다! 그러나 돈이 끝은 아님을 볼 수 있다.
1982년부터 오늘까지 미국 400대 거부들의 명단에 오르내렸던 대부호들의 면면과 그들의 돈 벌이 방법, 소비에 대한 조사보고서라 할 수 있는 이 저술이‘돈 앞에 무너지는 오늘의 인류’라는 가치의 회의(懷疑)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는 완독 후에도 명쾌한 결론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포브스 400’이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 있는 우리들도 매년 발표되는 미국의 400대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젠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발표가 시사하는 의미에 그렇게 분석적인 잣대를 들이댈 당위성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나, 이 명단에 오른 이들을 보면서“탐욕, 무절제, 이기심의 시대를 상징할 뿐”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가지지 못한 자의 열등감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의 주류의식처럼 되어버렸다.
이 저작물은 포브스400에 오르내린 “부자, 그들은 누구인가”에서,“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나, 그들은 어떻게 돈을 쓰나”의 3개장으로 구분하여 단순한 보고자로서의 집필의도를 지나치게 객관하려 하고 있으나, 거론되는 거부들의 부의 획득과 소비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지원적이고, 숭배적이기까지 한 발언이 간간이 눈에 띄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보고자적, 뉴스적, 기획기사와 같은 태도로 인해 부(富)의 철학적, 사상적 가치에 대한 방향을 읽어 낼 수가 없음은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든 듯하다.
빌게이츠가 얼마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워렌버핏이 얼마를 기부했는지, 폴앨런이 얼마나 큰 요트를 소유하고 있는지, 도널드트럼프가 얼마를 잃었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전편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들 거부들의 취미와 일상, 에피소드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는 그런대로 충분한 소재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빌게이츠를 비롯한 포브스400에 이름을 올린 IT업계의 신흥 부자들을 비롯해 스탠리드러캔밀러나 토머스 베일리 같은 헤지펀드, 뮤추얼펀드를 통한 금융 부자들의 불공정하고 몰염치한 재화의 획득과정은 제아무리 ‘부의 긍정적’측면을 확장하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함정을 감추지는 못한다.
다만, 부자들이 가진 삶의 긍정적인 장점으로 열거되고 있는 정리된 몇 가지 특성“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수성, 인간관계, 그리고 인내력 같은 소질”이라는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의 이야기나, 로욜라대학의 앤드류키드 박사의 “자기능력에 대한 확신과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은 이러한 두려움을 이겨낸다고 한다.”와 같은 분석적 보고들,“운이 좋은 사람은 기회를 잘 만들고 포착하는 사람, 운이 따르는 결정을 직관적으로 내리는 사람,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가진 사람,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불운을 행운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자기계발식 설명으로 일화적 이야기의 진부함과 부족한 읽을 거리를 만회케 하여준다.
포브스400에 가문의 여러 사람을 올려놓고 있는 월마트의 경우, 지금도“월마트는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며,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일당도 아시아의 노동자들에게는 큰 소득이라고 주장”하는 나이키는 무자비한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여 경영주는 세계적 대부호로 행세하고 있다.“나이키는 노예임금, 강제적인 초과근무, 학대와 동의어”로 불리는 현실을 우리 한국인들은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이키 타령이니 말이다.
정당한 경쟁을 막고 장래성 있는 제2의 빌게이츠가 나타나지 못하게 하려는 빌게이츠의 독점적 행태는‘승자독식의 철학을 신봉’하는 대다수 거부들의 태도와 같다. 결국 어떻게 미화하던지 간에 포브스400의 명단에 오르내리는 거부들의 수백억 달러(한화 수십조 원)에 이르는 개인재산들은 한국과 같은 아시아 약소국들의 금융시장, 노동시장을 발판으로 삼은 약육강식의 부조리한 자본주의의 부산물일 뿐이며, 한결같이 도덕성과 정당성, 보편적 가치를 결여한 착취이자 강자의 논리에 의한 결실임을 확신하게 된다. 사모펀드, 헤지펀드, 뮤추얼펀드의 설립 및 운용매니지먼트를 통해 세계적 부호로 행세하는 조지소로스를 비롯한 사이먼스, 램퍼트, 크래비스, 패럴먼, 칼아이칸의 수조원에 달하는 그들의 개인재산은 지금 그네들의 시장인 미국을 비롯, 세계금융시장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음을 볼 때, 그 야만적 탐욕으로 뭉쳐진 비도덕적이고 사악한 축적 방법들은 전 인류를 나락으로 던져대고 이룬 결실이기에 이 저술‘The Rich'가 주는 의미가 추악함의 대명사처럼 보이게까지 한다.
이렇듯 무자비하게 획득한 그들의 부는 어떻게 지출되고 있을까? 거창하게 ‘기부’라는 그럴듯한 표현의 소비행태를 중심으로 그 기부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도 열거하고 있듯이 이들 거부들의 기부 사유는 대략 다음과 같음을 보게 되면, 헛웃음만 일으키게 된다.
“자기를 드러내려고, 이타심이나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베푸는 것 자체에 의미, 조세 혜택과 훌륭한 평판, 사회 지도층으로 인정받고자”가 실질적인 사유임을 나열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거부들의 기부금은 “미국의 기부금중 고작 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 이들이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얼마 전 세계적으로도 떠들썩했던“단일 기부금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310억 달러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워렌 버핏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결단은 상실된 부호들의 부도덕성을 털어내고 인류사회에 대한 건강한 가치인식에 중요한 모델로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이 저술이 마지막에 던지는 화두는 의외로 본질적이다. 과연 돈과 행복의 관계는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양극화와 지역의 양극화, 신기술과 가치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거부들의 횡포, 정치와 미디어의 독식, 스포츠, 미술 등 기호의 계급화 등 인류사회의 근원적인 차별의 역사와 같은 사회적 성찰은 아니지만, 오늘을 휩쓰는 이 무차별적인 무지성과 몰지각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기에 중요성을 지닌다.
투자 은행가인 부호 마이어를 지켜본 이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오늘 우리들의 일그러진 본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이어의 성욕에 가까운 재물 욕에 깜짝 놀랐다. ~ 中略(중략) ~ 그저, 돈을 갖고, 느끼고, 소유하는 데서 큰 쾌락을 느꼈다.” 그나마 마이어는 쾌락을 느끼기라도 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억만장자인 거부들을 오랜 기간 지켜보고, 그 역시 대부호인 B.C.포브스가 1984년 발표한 글은 돈과 행복에 관한 어려운 질문에 멋진 답변을 하고 있다.
“갖은 노력 끝에 이른바 성공이란 것을 해서 돈과 집, 명예를 얻는다 해도 우리가 기대했던 기쁨을 얻지는 못한다. 물론, 돈과 집, 명예 등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하고 허영심을 자극하며 잠시 동안 뜨거운 행복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진정 행복한 마음을 주는 것은 성취에서 오는 보람뿐이다. 부유함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40억 달러(한화 5조원)의 거부인 찰스피니의 다음의 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돈과 인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돈만을 쫒는 오늘의 우리들은 잠시 이들의 이야기를 음미할 필요가 있으리라.
한편 포브스 400이라는 이 부자들에 대한 보고서가 사회사상적 부재에 대해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내용의 다채로움이나 경영적 지식의 단편까지 제공치 않는 저술은 아니다.‘트로피 와이프 (trophy wife: 부자들의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파크애비뉴 740번지에 사는 사람들, 가진 자와 더 가진 자의 구분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에서부터 “앞으로는 대화형 웹TV에 검색엔진을 공급하는 사람이 돈을 쓸어 모을 겁니다.”하는 미래 산업의 전망까지 고급 경영정보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부록과 주석을 포함한 500쪽에 이르는 거부(巨富)들의 진실이 당사자들의 증언, 전기, 보고서, 보도자료, 경영서류, 재판 서류의 광대한 수집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저술임을 실제 목격 할 수 있다. 가난뱅이인 우리들이 읽기 시작하면 쉽사리 물리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것이 비판이던, 수용이 되었던 말이다. 역작(力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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